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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2

에세이) #13. 주말엔 좀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마비된 요즘, 아이가 있는 집의 주말은 더욱 분주해졌다. 집안에만 갇혀 있던 아이들의 짜증은 목요일에 최고조에 달한다. 마치 김빼기 직전의 압력밥솥처럼 아이들의 행동은 묘한 긴장감을 준다. 밥솥 안에 가득찬 증기를 감당못한 아이들은 작게 삐집어진 틈사이로 연신 증기를 뱉어내며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금요일 특유의 안도감이 없었다면 분명 요란하게 폭발했을 터였다. 때문에 우리부부는 주중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기도 전에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위해 고군분투 하는 중이다. 지난 금요일에도 아이들은 현관문에 들어선 나에게 쪼로록 달려와, 내가 신발을 벗기도 전에 커다란 질문을 날렸다. "아빠. 내일은 우리 어디가요? 네?"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귀여운 표정을 무기로 가진 .. 2020. 3. 25.
에세이) #12. 쓰고싶은 것을 쓰자 (글쓰기 1) 소설을 쓰다 보면 막힐 때가 많다. 에쎄이의 경우는 내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것이라 작성이 쉽지만, 쓰고 있는 소설의 경우는 내가 아닌 캐릭터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기에 조금만 방심하면 흐름이 끊기기 일수다. 글쓰는 시간이 불규칙한 것도 크게 한 몫을 한다. 전업작가의 경우엔 규칙적인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기때문에 쉽게 몰입하여 글을 쓸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겸업작가의 경우엔 주업(主業)으로 하루의 절반을 소비하기 때문에 남은 시간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몰입의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직 글쓰기 경력이 짧은 나는 이러한 난제들을 풀어내는 근육이 부족해 소설쓰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그렇게 버려지는 시간이 아까워 에세이를 시작했다. 소재를 찾고, 개요를 짜고(혹은 의식.. 2020. 3. 24.
에쎄이) #11. 실체 없는 "코로나19"의 공포 월요일이 밝았다. 이른 아침을 먹고 1시간 거리의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집에만 갇혀 있던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주말에 힘을 다 써버린 탓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불과 몇 달전만해도 키즈카페나 롤러장, 극장이나 어린이 박물관과 같은 실내시설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추웠던 탓도 있지만, 전문시설의 아이들 전용 프로그램 힘을 빌리기 위해서이다. 주5일 힘겹게 일하느라 지쳐버린 몸뚱이로는 아이들의 무한체력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실내의 모든 활동이 금지된 요즘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실내활동 뿐만 아니라 야외활동도 부담스럽지만, 1주일 내내 집에만 갇혀 있던 아이들을 주말에도 집안에 두기는 너무나도 미안했다. 그래서 토요일은 가까운 공원으로, 일요일은 구석에 쌓.. 2020. 3. 23.
에세이) #10. 불혹의 나이에 박태환 따라잡기 중학교 2학년 그러니까 내 나이 15살이 되던 해에 있었던 일이다. 어린시절의 나에겐 어둠이 가장 큰 공포였다. 전설의 고향이 유행했던 그 시절, 안보면 될 것을 꼭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내다리 내놔'를 외치던 귀신들을 끝까지 본 탓이 분명했다. 닭이 울어 날이 밝으면 귀신들은 물러갔고 날이 저물면 다시 나타났다. 어둠이 귀신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어둠이 내리면 당장에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 밖에 나갈 엄두도 못냈다. 어두운 방에 불을 키러 들어가는 것 조차도 무서웠다. 불을 켜려는 순간 무엇인가 내 팔을 그대로 잡아당겨 어두운 방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둠에 대한 공포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그 정도는 많이 약해져 어두운 골목을 뛰어서 지날 정도.. 2020. 3. 22.
에세이) #9. 법륜스님의 말씀이 절실한 날 옛 말에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이야기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 라는 속담으로 더 유명한데, 어젯밤 친구의 SNS 사진 한 장에 배가 아파 잠을 설친 통에 아침 컨디션이 엉망이다. 며칠 전부터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밤 9~10시경 잠들어 5~6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2~3일간 했었다. 몸 컨디션도 좋고, 가족들 모두가 아침 특유의 부산스러움에서 해방되어 여유로운 아침을 만끽할 수 있었다. 3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서로 씻겠다며 싸울 일도 없고, 합창부 연습으로 제일 먼저 집을 나서는 큰 딸아이도 아침밥을 여유롭게 먹고서도 시간이 남는다며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되는 여유까지 부렸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떠나보낸 후, 아내와 나는 진공청소기도 돌리고 설거지도 했다.. 2020. 3. 22.
에세이) #8. 늦잠 (feat. 오른손의 망각) #1. 울보 괴물의 습격 침대에 누워 단잠을 자고 있는데 어슴푸레 귓가에 막내 딸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같았으면 아직 네살밖에 되지 않은 딸아이의 조그마한 기척에도 벌떡 일어나 달려갔겠지만, 오늘은 밀린 작업으로 밤을 새우다 아침이 환하게 밝아온 새벽에서야 겨우 잠이 들었던 터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오늘이 며칠이지? 지금이 몇시쯤 된거지?' 나는 쏟아지는 잠을 밀어내려 애쓰며 굳어 버린 머리를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면서 귀를 활짝 열어 거실에서 들려오는 딸아이의 울음소리에 섞여 있는 다른소리를 통해 거실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집중했다. 그런 거실에서는 TV소리만 간간히 섞여 들려 올 뿐, 안애(아내를 부르는 개인적인 애칭, 내 안에 있는 사랑이라는 뜻)나 다른 아이들의 소.. 2020. 3. 22.
에세이) #7. 조급한 마음 내려 놓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옛날에는 한국사람들에 대한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할 땐 “빨리빨리”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유독 급한 성격을 표현한 이야기인데, 부실공사의 참사로 불리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보면 그리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아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정작 일처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인터넷에 이런저런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 무렵,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었다. 컴퓨터 언어 쪽엔 무지한 편이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어찌어찌 블로그에 대해 조금씩 익숙해지니 블로그 방문객 수를 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 내 블로그에 하루에 몇 명이나 방문했는지에 대해서 매일매일.. 2020. 3. 22.
에세이) #6.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삶 속에서 Song "To die for - Sam Smith" 차라리 전쟁 같았던 지난날 아주 먼 옛날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오래전에 태어나 이제는 제법 아저씨 소리를 듣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랫배는 똥배를 넘어 나잇살이 되었고, 빠지는 머리카락은 야속하기만 합니다. 돌이켜 보면 긴 시간 동안 어찌어찌 살아내어, 지금 이곳에 있는 내가 신기하고 또 대견하기도 합니다. 결혼 당시 보증금 삼백에 월 삼십만 원짜리 원룸에 둥지를 틀며 남자의 자존심을 버렸습니다. 소중한 나의 연인에게 70년대에나 유행했을만한 신파극을 강제로 떠안기며 사랑이라는 달콤한 말로 포장해야 했던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해 출근길 버스 안에서 눈물 없이 울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특별한 기술도 변변한 인맥도 없던 20대 후반의 청년에게 남.. 2020. 3. 22.
에쎄이) #5. 어쩌면 슬럼프를 극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 Song ☆ Never Not - Lauv 살다보면 슬럼프가 온다. 어떤 일을 하던 간에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일을 하고 있을때, 그 일이 당장 몇 시간만에 혹은 며칠 만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슬럼프를 겪는다.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지 두 달쯤 된 어느 날, 나에게도 슬럼프가 왔다. 보통때와 똑같이 노트북을 켜고 책상에 앉았다. 무엇을 해야하는 지 꽤 명확히 알고 있었고, 아침까지만 해도 꽤 많은 분량을 썼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애꿎은 담배만 피우며 이리저리 방법을 바꿔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두 시간쯤 지났을 때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이게 슬럼프구나."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출근을 했고, 일을 하는 내내 걱정이 되었다. "이대로 멈춰버리.. 2020. 3. 21.
에세이) #4. 괜찮아. 잘 하고 있어.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첫번째 슬럼프가 찾아왔다. 평소처럼 똑같이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한글을 실행했을 뿐이었다. 커서가 깜빡이고 키보드에 손을 얹어 뭔가를 두드리려는데 아무런 단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멍하니 십여분. 정신을 차리고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쓰고 있는 소설의 퇴고가 가장 급했다. 파일을 찾아 열고나니 수정해야 할 부분이 보였다. 그렇게 일이 시작되는 듯 했는데, 얼마 못가 또다시 멈춰버린 손. 진도도 더뎠고, 그나마 수정한 부분도 맘에 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시원한 물도 마시고, 담배도 피워물었다. 물을 끓이고 커다란 머그컵에 모카골드 믹스커피를 2봉이나 뜯어 넣었다. 창밖을 보며 하얗게 비워진 머리를 또 비웠다. 아니 비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비우려고 노력했던 머리.. 2020. 3. 20.
감상평) #12. 임경선,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얼마 전 생에 처음으로 일본, 오키나와에 다녀왔습니다. 계획된 여행은 아니었고, 회사 팀장님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결정된 급조된 여행이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팀워크 증진을 위한 위대한 여행이었지만, 실제로는 그저 여행이 가고 싶어 핑곗거리가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여행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에 가보지 않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그렇듯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았습니다. 태백산맥이나 토지를 읽었다면 결코 좋게 느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해서 여행 바로 전날까지 준비도 제대로 해 놓지 않았고, 기대감은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고 난 지금은 일본에 대해 많은 심경의 변화를 겪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그 심경의 변화를 조금은 보여줄 수.. 2020. 2. 22.
감상평) #5. 무라카미 하루키 & 마다 마코토, 또 하나의 재즈 에세이 Music is My Life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는 강렬한 한 문장이다. 1978년 미국의 흑인 가수인 마르시아 하인즈의 노래가 발표되며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고, 노래도 좋지만 문장 그 자체의 힘이 워낙 강렬하여 지금까지도 일종의 주술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나 또한 이 문장에 백칠퍼센트 공감한다. 초등학교 6학년 경주로 떠난 수학여행의 버스 맨 뒷자리에서 친구의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온 "라밤바 La Bamba"가 너무 흥에 겨워 영어인지 스페인어인지 모르는 언어를 그냥 들리는 대로 흥겹게 따라 불렀던 그 순간부터 음악은 내 인생이 되었다. 띵 띠딩~ 띵띠딩~ 띠 디디 띠 디디디~ 띵띠디 띵띠딩! 빠 라바 바일 라밤바~ 빠 라바 라일 라밤바 세네 치 시 운나 뽀 까데 .. 2020.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