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옛날에는 한국사람들에 대한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할 땐 “빨리빨리”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유독 급한 성격을 표현한 이야기인데, 부실공사의 참사로 불리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보면 그리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아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정작 일처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인터넷에 이런저런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 무렵,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었다. 컴퓨터 언어 쪽엔 무지한 편이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어찌어찌 블로그에 대해 조금씩 익숙해지니 블로그 방문객 수를 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
내 블로그에 하루에 몇 명이나 방문했는지에 대해서 매일매일 통계가 기록되고 있었는데, 그저 내가 좋으면 됐지라고 생각했던 처음과는 달리 글을 하나 올리고 나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앱을 열어 몇 명이나 봤을까 궁금해 숫자를 확인하는 아주 고약한 버릇이 생겼다.
엄밀히 말해서 방문객이 많다고 내 글을 읽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자꾸 감성적이 되어 숫자에 울고 웃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
진짜문제는 글을 한 편 올린 직후엔 그 정도가 심해진다는데 있다. 한 시간 간격도 모자라 아예 통계 창을 열어 놓고 한 참을 쳐다보며 새로고침을 백번 정도나 한 적도 있을 정도다. 이 정도면 중증이다. 스스로 자제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해결되면 걱정이 없겠네.”
언젠가 도서관 벽면에 적혀 있던 문구인데 언어의 유희가 환상적이다. 말 처럼 걱정을 하면 해결까지는 아니어도 조금만 덜어져도 좋겠건만 오히려 걱정이 늘기만 하니 더 걱정이다.
이 정도면 걱정을 사서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한국인의 급한 성격이 한몫 단단히 하는 것 같다. 한국사람이라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닌 줄 알면서도 내 탓보다는 다른 데서 원인을 찾는 것 까지도 비슷하다. 결국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보다.
이 병을 해결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운영하는 블로그가 자리를 잡아 사람들에게 관심받는 작가가 되는 수밖에 없다. 일평균 만 명쯤은 찾아오는 블로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초에 불가능한 일에 애를 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체유심조, The Secret"의 핵심은 마음먹기이다. 사람들이 두 이야기는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생각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책 속의 핵심사상에는 의심을 품는다. 생각만 하면 이루어진다! 고 주장한 사람은 이 둘 뿐만이 아닌데도 그렇다.
생각한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니니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믿기로 했다. 포기하지 않고, 된다고 끝까지 생각하면 결국 될 것이다. 태생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황당한 주장은 접어 두고, 급한 맘 내려놓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다. 길게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지구력과 체력이니까.
몇 년 뒤 환하게 웃고 다닐 모습을 생각하며 오늘 조급한 마음은 조금 내려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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