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 Never Not - Lauv

살다보면 슬럼프가 온다.
어떤 일을 하던 간에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일을 하고 있을때,
그 일이 당장 몇 시간만에
혹은 며칠 만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슬럼프를 겪는다.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지 두 달쯤 된 어느 날, 나에게도 슬럼프가 왔다.
보통때와 똑같이 노트북을 켜고
책상에 앉았다.
무엇을 해야하는 지 꽤 명확히 알고 있었고,
아침까지만 해도 꽤 많은 분량을 썼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애꿎은 담배만 피우며
이리저리 방법을 바꿔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두 시간쯤 지났을 때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이게 슬럼프구나."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출근을 했고,
일을 하는 내내 걱정이 되었다.
"이대로 멈춰버리면 어쩌지?"
"이번에도 결국 실패하는 걸까?"
오전 내내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은 점점 커져 갔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정말 슬럼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 할 것 같았다.
"아직 초기인 지금 이겨내야 한다."
막연한 압박감이 생겨났다.
어떻게 하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을까?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캔커피를 사서 파라솔에 앉았다. 3월이지만 바람이 꽤 찼다. 그래도 따듯한 햇살은 봄기운을 느끼게 해 주었다.
"밴드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을 찾아보자.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분명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거야."
휴대폰을 켜고 앱을 실행시켰다. 검색창에 글쓰기를 입력하니 수 많은 목록이 떴다. 하지만, 그 많은 검색 결과 중 선뜻 마음이 가는 모임은 보이지 않았다. 온라인 모임 보다는 지역적 오프라인 모임을 선호하는데, 어떤 제목에서도 끌림은 찾을 수 없었다.
실 낫 같은 희망이 사라지자, 이번엔 아까보다 좀 더 깊은 슬럼프 속으로 한 계단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쿵!"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았다.
개설하기 버튼을 눌러 간단한 이름과 사진을 골라 저장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모임방은 팝업창을 띄워 모임에 초대 할 사람에게 메세지를 전송하라고 알려준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이런 나를 이해해 줄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또 다시 쿵!"
두번째 계단으로 내려 앉았다.

할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떴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으니 "부르릉" 하는 엔진소리가 위안을 준다.
이제 악셀을 밟으면 이 차는 분명 나를 새로운 곳으로 안내 해 줄 것이다.
그곳이 어디든
지금 여기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특별한 해결책도 없이 정면으로 맞이하면,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억지로라도 회사업무에 집중해야 했다.
그렇게 오전이 끝나갈 무렵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시계는 벌써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점심 맛있게 먹으라는
평범한 안부전화에 대뜸
"나 슬럼프 인가봐!"
라며 내 상태를 설명했다.
이제 껏 아무말 않고 나를 응원해 준 아내였기에 이 상황을 잘 이겨낸 후 말하고 싶지만, 평소 무엇이든 스스럼 없이 얘기하는 사이다 보니 말이 앞섰다.
준비가 안된 사람에게 고민을 이야기 하는 것은 분명 실례다. 상대방이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그것은 분명 실례가 맞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가깝기 때문에 더 배려를 해줘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말을 듣자마자,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말했다.
"괜찮아! 잘 하고 있어!"
순간 나는 당황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그녀의 말에
수면아래로 가라앉던 나의 마음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확 끌려올라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손길에는 내 상태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거침이 있었다.
마치,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니가 지금 따질 거 안 따질거 다 누려가며
남들이랑 똑같이 갈려고 했어?!
그런거 너한테는 사치야!
그러니까 잔말말고 나와서
똑바로 하려고 노력해봐!"
라고 말 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말 한 마디에 나는 웃음이 났다.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내가 큰 소리로 웃자 아내는 의아해 했지만,
내가 웃으니 좋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강제로 슬럼프에서 끌려 나온 뒤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슬럼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아내의 말 한 마디에 갑자기 슬럼프에서 끌려나온 이유는 또 무엇일까?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나름 해답이라고 찾은 것은 다음과 같다.
"공감과 위로"
평소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인 우리부부는 서로에 대해 꽤 잘 이해하고 있다. 또 서로의 역할 (아빠와 엄마, 남편과 아내)에 나름 충실하고자 서로의 노력을 다 기울이는 터라 서로 존중하며 살고 있다.
아내는 나의 평소 모습에서,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나의 모습을 좋게 봐 주었나보다. 그래서 내가 힘이 들어 주저 앉았던 바로 그 순간에 공감이 바탕이 된 적절한 위로를 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내의 말은 언제나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또한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 하고 있었기에 나 는 슬럼프의 늪에서 일어 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야기를 조금만 바꿔보자.
만약 당신이 슬럼프에 빠졌다면
혹은 빠질 것 같다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공감과 위로를 얻어 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지금의 힘든 상황에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혹은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공감과 위로를 건네주지 않는다면,
조금 긴 호흡을 가지고
그 사람과 대화를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주 사소한 것 부터 차근차근
서로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어쩌면 그것은
당신을 슬럼프에 빠뜨려 괴롭히는
그 일 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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