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3 에세이) #13. 주말엔 좀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마비된 요즘, 아이가 있는 집의 주말은 더욱 분주해졌다. 집안에만 갇혀 있던 아이들의 짜증은 목요일에 최고조에 달한다. 마치 김빼기 직전의 압력밥솥처럼 아이들의 행동은 묘한 긴장감을 준다. 밥솥 안에 가득찬 증기를 감당못한 아이들은 작게 삐집어진 틈사이로 연신 증기를 뱉어내며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금요일 특유의 안도감이 없었다면 분명 요란하게 폭발했을 터였다. 때문에 우리부부는 주중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기도 전에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위해 고군분투 하는 중이다. 지난 금요일에도 아이들은 현관문에 들어선 나에게 쪼로록 달려와, 내가 신발을 벗기도 전에 커다란 질문을 날렸다. "아빠. 내일은 우리 어디가요? 네?"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귀여운 표정을 무기로 가진 .. 2020. 3. 25. 에세이) #10. 불혹의 나이에 박태환 따라잡기 중학교 2학년 그러니까 내 나이 15살이 되던 해에 있었던 일이다. 어린시절의 나에겐 어둠이 가장 큰 공포였다. 전설의 고향이 유행했던 그 시절, 안보면 될 것을 꼭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내다리 내놔'를 외치던 귀신들을 끝까지 본 탓이 분명했다. 닭이 울어 날이 밝으면 귀신들은 물러갔고 날이 저물면 다시 나타났다. 어둠이 귀신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어둠이 내리면 당장에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 밖에 나갈 엄두도 못냈다. 어두운 방에 불을 키러 들어가는 것 조차도 무서웠다. 불을 켜려는 순간 무엇인가 내 팔을 그대로 잡아당겨 어두운 방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둠에 대한 공포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그 정도는 많이 약해져 어두운 골목을 뛰어서 지날 정도.. 2020. 3. 22. 에세이) #8. 늦잠 (feat. 오른손의 망각) #1. 울보 괴물의 습격 침대에 누워 단잠을 자고 있는데 어슴푸레 귓가에 막내 딸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같았으면 아직 네살밖에 되지 않은 딸아이의 조그마한 기척에도 벌떡 일어나 달려갔겠지만, 오늘은 밀린 작업으로 밤을 새우다 아침이 환하게 밝아온 새벽에서야 겨우 잠이 들었던 터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오늘이 며칠이지? 지금이 몇시쯤 된거지?' 나는 쏟아지는 잠을 밀어내려 애쓰며 굳어 버린 머리를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면서 귀를 활짝 열어 거실에서 들려오는 딸아이의 울음소리에 섞여 있는 다른소리를 통해 거실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집중했다. 그런 거실에서는 TV소리만 간간히 섞여 들려 올 뿐, 안애(아내를 부르는 개인적인 애칭, 내 안에 있는 사랑이라는 뜻)나 다른 아이들의 소.. 2020. 3.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