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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글쓰기연구

[Feb. 16. Sun] 방해꾼과 작업실

by 바꿔33 2020. 2. 16.

3년 전 글을 쓰기 위해서 휴직을 했다. 

준비도 없이,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서 벌인 일이었다. 

결과는 처절한 실패. 

몇 편의 단편글과 장편 스토리라인을 짠 것 외에는 성과가 전혀 없었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부족한 계획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었다. 

 

첫번째, 방해꾼의 훼방이다. 

나에겐 아이들이 3명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분신들.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집안일을 마치면 오전이 지난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온다.

각자의 할 일을 정해주고 학원도 보내고 집중하기 위해 노력해 보지만,

머릿속은 할말을 잃고 배회하기 일 수 였다. 

 

두번째, 작업실의 부재이다.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있는 내 방이 없다. 

핑계인 것만 같아서 도서관과 커피숍을 전전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가끔씩 집중이 될 뿐, 매번 몰입을 할 수는 없었다. 

 

계획도, 여건도 안되었던 시기에 행해진 무모한 도전.

어쩌면 그 시기에 글을 쓰려고 했던 것은 욕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모든 것이 조금은 나아졌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커서 날 이해해 줄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어쩌면 작업실로 쓸 수 있는 오피스텔을 구할 지도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글쓰기 목표와 주제도 명확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온전히 나의 노력과 의지 뿐이다. 

 

봉준호의 기생충 같은 명작은 아니더라도,

시나리오로 만들어질 수 있을 만큼의 괜찮은 작품 정도는 욕심을 내본다.

 

2020, "홍글Honggeul"이라는 필명이 세상에 알려질 첫 번째 해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