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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글쓰기연구

글쓰기) #1. 어떤 글을 쓸 것인가? - 브런치 탈락 후기

by 바꿔33 2020. 3. 30.

브런치 작가 신청결과 떨어졌다. XX!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정말!! 괜찮다. 

 

 솔직히 붙을 거라고 자신하며 신청했는데, 떨어져서 조금 놀랐을 뿐. 주눅이 들거나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다.

 

"떨어진 이유가 뭘까?"

 

 처음엔 성의 없는 신청서를 만든 것이 원인인 줄 알았는데, 성의 있게 신청서를 재 작성했는데도 또 떨어졌다. 그래서 신청서 따위는 안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진짜 떨어진 이유가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쓴 에세이들이 수준이 낮아서는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글쓰기를 권하는 브런치에서 작가의 필력 따위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브런치는 작가의 필력이 부족하다면 전문작가를 붙여서라도 필력을 늘려줄 만한 능력을 가졌다. 그러니 필력은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바로 소재!"

 

 글쓰기 광풍이 휩쓸기 시작한지 벌써 3~5년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시중엔 이미 일반적인 소재의 책들은 차고 넘친다. 초기만 해도 분명 개인적인 삶을 그저 조리 있게 쓰기만 해도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전문가의 영역에서 쓴 책만 보던 사람들은 쉽게 쓰인 글에 열광했다. 문법도, 맞춤법도, 비문도 중요치 않았다. 그저 나와 비슷한 누군가의 일상이, 누군가의 생각이 반가웠고, 또 그것이 책으로 펼쳐진 것에도 위안을 얻었다. 베일에 쌓여 있던 누군가의 삶은 독자에게 위안과 용기, 약간의 교훈도 전해주는 그런 반가운 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꽤 흘러버린 지금은 너도나도 써내려간 누군가의 일상이 자신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쳤을 것이다. 그러므로 신선했던 소재들은 이제는 익숙함이 되어 특별한 감흥을 전달해 주지 못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소재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3년 전 특별하지 않던 내 글로 작가의 타이틀을 받았던 것은 아마 그때는 신선했던 나의 일상이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써 내려간 일상에 묻혀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3년 전 써 놓았던 몇 편의 글로, 그때의 생각과 습관으로 탄생된 새로운 에세이 몇 편이 심사팀의 눈에 들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다. "브런치 탈락"이라는 두 단어만 입력하면 수 많은 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다. 몇 편의 글을 클릭해서 읽어보니 2번, 3번, 5번, 10번까지 신청한 사람들도 있었다. 특별한 일상을 쓰는 사람들. 아니..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들. 나와 같은 느낌을 가지고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왜들 그리 재미없어~. 아! 그건 나도 마찬 가지!"

 

지코는 신선하다. 그래서 잘 팔린다.

 

 생각이 많아졌다. 다채로워진 출판시장에서 어떤 소재로 글을 써야 먹힐까? 요즘 유행하는 검색어를 기준으로 글을 쓰자니 압도적으로 많이 생산되는 다양한 콘텐츠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 것 같고, 그렇다고 내가 잘하는 것을 찾자니 특별한 것도 없을뿐더러 지금까지 생산된 수많은 불량품들과 크게 다르지도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글을 쓰자니 공부할 시간도 열정도 부족하고... 진짜 사면초가, 진퇴양난이다. 

 

 시간이 좀 들더라도 찾아봐야겠다. 나의 삶에서 조금 특별한 부분을, 그리고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 느낌과 교훈을 심어 줄 수 있는 장점을. "아침에 일어나 무슨 생각을 하고, 점심으로 무엇을 먹고, 저녁에 한 소리 들어서 가슴이 아팠다"와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는 접어두자. 매년 줄어드는 독자층은 이제 정말 똑똑한 사람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배설하지 말고, 배설물을 통해 틔어진 싹을 보여주자. 그렇게 컨셉부터 차근차근. 될 때까지 끊임없이. 어쨌든 실패는 항상 도전할 용기를 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