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유행이다. 서점에는 글쓰기 관련 책들이 넘쳐나고, 문화센터와 학원에는 글쓰기 강좌까지 등장했다. 특별한 왕도가 없는 글쓰기가 하나의 학문처럼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그래서 오늘은 글쓰기가 무엇이고, 그 본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헤쳐 봄으로써 글쓰기가 좀 더 쉬워질 수 있도록 공부해 보자.
보통사람들의 글쓰기(글짓기)는 초등학교 시절 방학숙제로 받았던 일기쓰기가 시작일 것이다. 그 시절 일기쓰기가 유독 힘들게 느껴졌던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글자에 익숙지 않은 어린아이가 글씨를 쓰는 행위는 그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고, 또 매일매일 뛰어노느라 정신없었던 하루가 끝나고 나면 딱히 하고 싶은 말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과 부모님은 커다란 공책 한 가득 글씨를 꽉 채우라고 하니 그 시절 우리가 느낀 일기쓰기(글짓기)에 대한 고통은 우리가 글쓰기와 평생 멀어지도록 만드는 커다란 계기로 작용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어린 시절 멀어져 버린 글쓰기와 다시 친해지는 것은 생각보다 꽤 어렵다. 마음속 깊은 곳에 글쓰기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였으니 그 본질을 제대로 깨치고 나면 좀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I. 글쓰기의 본질
글쓰기(글짓기)란 다양한 단어나 글자를 사용하여 정보나 감정, 생각, 주장 등을 타인에게 전달 할 목적으로 문장을 완성하여 글을 지어나가는 활동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은 삼겹살을 먹었다.” 혹은 “배가 고팠다. 그래서 밥을 먹었다.”와 같은 단순한 문장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식이다. 이는 칠판에 적혀 있는 문장을 단순하게 공책에 베껴 쓰는 필기(筆記)와는 구별되며, 장난 식으로 아무 곳에나 끄적이는 낙서(落書)와도 구별된다.
여기서의 핵심은 필기와 낙서, 글쓰기의 차이점을 이해하기이다. 이 3가지 종류의 쓰기 행위에 대한 각각의 특징을 명확히 이해하면 글짓기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먼저 3가지 행위의 공통점을 알아보자.
글을 쓰는 3가지 행위의 공통점은 참 쉽다. "글씨를 쓰는 행위" 그 자체의 단순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도구(연필과 노트, 컴퓨터 등)를 활용하여 글씨를 쓴다."는 본질은 위의 3가지 행위 모두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행위가 동일하다고 해서 의미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만약 글을 쓰는 3가지 행위가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면 처음부터 단어를 다르게 만들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과연 동일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3가지 글씨 쓰는 행위를 구분 짓는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글씨를 쓰는 목적"에 있다. 글씨를 쓰긴 쓰는데, 누구를 위해, 어떤 주제와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쓰느냐에 따라 필기와 글쓰기(글짓기), 낙서로 구분되는 핵심적인 차이점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각각의 정의와 특징을 알아보자.
필기(筆記)는 글씨를 쓰는 행위 그 자체를 의미하며, 강의나 타인의 말을 받아 적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필기의 목적은 나중에 그 글씨를 읽어보기 위함, 즉 타인의 정보나 생각, 감정 등을 저장하여 나중에 내가 활용하기 위함이다. 정보의 생산주체는 타인이고, 소비주체는 나이다.
글쓰기(글짓기)는 글씨를 쓰는 행위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내가 쓴 글씨를 누군가에게 전달하여 읽게 하기 위함, 즉 나의 정보나 생각, 의견, 주장, 설득 등을 저장하여 타인이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정보의 생산주체가 나이고, 소비주체가 타인인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장난식으로 가볍게 이루어지는 낙서(落書)와는 구별된다.
그렇다면 "일기쓰기는 글쓰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가능한데, 이것은 의외로 쉽게 대답이 가능하다. 일기는 내 하루 일과를 내가 기록하여 되돌아보기 위한 글이다. 즉, 정보의 생산주체도 나이고, 소비주체도 나인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그 차이점을 금방 알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다른 사람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생산주체는 "과거의 나"이고 소비주체는 "현재의 나"이기 때문에 글쓰기의 본질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II. 글쓰기(글짓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와 목적, 그리고 그 대상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깨달았다면 글은 이미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법이나 문채, 두괄식과 미괄식, 맞춤법과 비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이것은 주제와 목적, 대상만 명확하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독자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전달하는 대신, 글에 담긴 값진 의미를 느끼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약간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겠지만, 세종대왕님께서 만든 한글이 전 세계 언어 중 가장 어려운 문법을 가진 언어 중 한 가지이다 보니 차츰 실력을 쌓도록 노력하며 발전해 가도록 하자.) 그러니 그저 어느 곳에서든 어떤 방법으로든 글을 쓰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주제와 목적, 읽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면 글쓰기는 매우 어렵다. 아니 시작조차 할 수가 없다. 단순히 "무엇인가를 쓰고 싶다."라고 느끼는 감정은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로또가 되고 싶다."와 같이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다. 글쓰기의 본질은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정보를 어떤 목적을 가지고 누구에게 줄 것인가!"인데, 본질적인 고민 없이 "글을 쓰고 싶다."는 허망한 느낌에 사로잡혀 하얀 백지 혹은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어 봤자 어떠한 글씨도 써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글은 쓰고 싶은데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다음 질문을 자문해 보기 바란다.
글을 쓰기 전에 꼭 생각해 봐야 하는 질문.
1. 주제가 무엇인가?
2. 누구를 위한 글인가?
3. 목적이 무엇인가?
위 3가지 질문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 있다면 당신에게 글쓰기는 더 이상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음 시간 이야기)
평생 시골에만 살던 한 남자가 갑자기 미국에 가고 싶어 져서 아무런 준비 없이 길을 떠났다.
이 사람은 미국에 도착할 수 있을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일필휘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는 능력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 과정은 보통 주제 설정,개요 짜기, 쓰기, 고쳐쓰기의 4단계로 이루어진다. 다음 시간에는 글쓰기 준비과정에 대해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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