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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에쎄이

에쎄이) #2.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너무 아까워요...

by 바꿔33 2020. 3. 16.

Pixabay - Alexas Fotos
부동산 중개보수요율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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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하나 구해야 했다. 근무지가 바뀌어 집과 출퇴근 거리가 꽤 멀어졌기 때문이다. 차로 1시간, 편도 40km의 거리. 마음만 먹으면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원룸을 구하기로 했다. 

 

 고려 할 사항은 전세비용, 관리비, 회사까지의 출퇴근 거리, 거주환경 등 소소하게 많았지만, 그동안 회사의 전입자들을 위한 임대를 많이 구해 보았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뀐 것이 있다면 임대주택을 구해야 할 도시가 20만의 소도시에서 100만이 사는 대도시로 바뀐 것뿐이어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먼저 인터넷을 뒤져 회사 주변지역부터 전세시세를 확인했다.

 몇 년전만 해도 일일이 부동산을 돌며 시세를 확인해야 했는데 불과 수년 사이에 인터넷이 많이 발달해서 작업이 한결 수월했다. 직방, 다방, 다음부동산, 네이버 부동산, 부동산 114, 아파트 실거래가 등과 같은 어플들이 무수히 생겨났고, 모든 어플이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불과 몇 분 만에 주변시세뿐만 아니라 현재 나와 있는 매물 건수까지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거 너무 쉽게 끝나겠는 걸? 빨리 끝내고 커피나 마시러 가야겠다.'

 

 이미 올라와 있는 물건을 클릭만 하면 집구조, 평수, 관리비와 매물을 내놓은 부동산 전화번호까지도 상세하게 나와있었다. 나는 미리 찜해 놓은 동네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몇 개 추려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3일전 확인되었다는 매물은 이미 나가고 없었다. 세 번째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을 때, 부동산 중개사 아줌마가 말했다. 

 

 "에이~ 사장님. 지금은 이사철이라 나오면 바로바로 나가요."

 

 나는 좀 당황했다. 물건이 금방 나갔다는 사실은 그렇다 쳐도, 부동산 중개인들의 태도 때문이었다. 내어 놓은 물건이 나갔다면 비슷한 물건을 찾아서 연락 주겠다고 말할 것 같은데, 전화한 3곳 모두 그냥 물건이 없다며 전화를 끊어 버렸기 때문이다. 

 

 '어? 나는 손님이 아닌가? 아니면 나 같은 손님은 돈이 안되나?'

 

 

 

 나는 기분이 매우 나빴다. 내가 중개수수료를 안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공짜로 문의를 요구한 적도 없는데 아줌마들의 태도는 너무 냉랭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다시 어플을 켜고 새로운 물건을 찾아내어 전화를 돌려야 했다. 아까 아줌마의 말대로 2월에 방을 얻으려고 계획한 내가 실수였던 모양이다. 전세 물건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몇몇 곳을 둘러보기는 했지만 관리비가 너무 비싸거나 위치나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집구하기는 이틀이 지나 삼일째가 돼서도 계속되고 있었다. 총 20곳 이상의 부동산에 전화를 했고, 처음에 계획했던 동네에서 이제는 전혀 다른 동네의 물건까지도 살펴보게 되었다.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원하는 조건을 말하고 비슷한 물건을 찾아봐 달라고 부탁과 애원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성의 없는 대답뿐이었다. 집 구하기가 많이 지쳐 갈 때쯤 나의 초쵀한 몰골을 본 동료가 조언했다. 

 

 "그러지 말고, 직접 그 동네 부동산에 찾아가봐. 보통 부동산에서 인터넷이나 신문에 내지 않는 물건이 몇 개는 있어. 진짜 좋은 물건들은 직접 가지고 있다가 주변 소개나 찾아오는 사람들 한테만 보여줘도 금방 나가거든."

 

 부동산 거래가 많다고 자신했던 나는 그런 게 어디 있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혹시 몰라 처음 보았던 동네의 부동산에 직접 방문해 보았다. 첫 번째로 방문한 부동산의 아줌마는 "이거 원래 안 보여주는 건데, 사장님 인상이 좋아서 특별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세 물건을 보여줬고, 두 번째로 방문한 부동산의 아저씨는 "이거 방금 나온 건데 운이 좋으시다"며 또 다른 물건을 보여주었다. 나는 좀 황당했다. 이럴 거면 도대체 어플은 왜 만든 것일까? 하지만 금세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인터넷에 올리지 않아도 나가는 물건이라면 나 같아도 안 올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굳이 비싼 수수료를 감당하지 않아도 되고, 인터넷에서 전화로 물어오는 불특정 다수의 가짜 고객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럼 부동산 중개인이 임차인에게서 받는 수수료는 뭐지? 이렇게 건물주에게서 물건을 받아 오는 손님에게만 물건을 보여주고 말 몇 마디와 걸음 몇 걸음 걸어서 계약을 성사시키면 임차인에게서 받는 수수료는 너무 과도한 것 아닌가?'

 

 집을 며칠에 걸쳐 어렵게 구하다 보니, 괜히 중개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이 무르익을 때쯤, 지난번에 전화를 넣어 부탁했던 중개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사장님. 제가 사장님이 원하는 조건의 집을 찾은 것 같은데 한 번 보시겠어요?"

 

 나는 바로 약속을 잡고 곧장 약속 장소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신규 분양하고 있는 오피스텔이었다. 집은 내 마음에 꼭 들었다. 완전 풀옵션이 아니라 내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는 늘었지만, 그 정도는 이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다음날 가계약을 하기로 하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편하게 커피를 마셨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날 또 일어났다. 전세를 놓겠다던 주인이 마음이 바뀌어 전세를 취소한 것이다. 한 마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일방적인 취소 통보라 중개인도 난처해했다. 마음을 놓고 있던 나는 완전히 마음이 꺾여 이 번엔 집을 구하지 말하는 이야기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출퇴근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더 이상 다른 곳을 돌아볼 힘과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간신히 부서진 마음을 부여잡고 업무를 이어가고 있는데, 아까 그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사장님. 다른 집주인을 제가 설득해서 전세를 놓기로 했으니까 내일 다시 오셔서 집 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가계약하시죠?"

 

 중개인의 말에 나는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렸다. 그리고 마음속에 품어왔던 불만과 불편함이 왜 생긴 것인지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부동산 중개인은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 매도자와 매수자,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서 법적으로 정해진 수수료를 받는다. 거래대금 1억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매매의 경우는 1천 분의 5(50만원), 임대차의 경우 1천분의 4(40만 원)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거래대금의 크기와 매매대상의 종류에 따라 약간씩 차등이 있긴 하지만 보통 이 정도로 보면 된다. 그렇다면 보통 부동산 중개 1건당 적게는 80만 원에서 많게는 몇 백, 몇 천만 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보통은 아파트 거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1억 원에 지역의 평균 아파트 시세를 곱하고 양쪽에서 받는 2배를 하면 수수료가 나온다. 

 

 그렇다면 결국 매수자든 매도자든 적지 않은 돈을 중개업자에게 내는 셈 인다. 하지만 매수자 혹은 임대자의 입자에서 본 중개업자의 서비스는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지는 돈이다. 그 들이 해 주는 것이라고는 집주인에게서 받은 물건을 힘들게 찾아간 나에게 그냥 소개해 준 것 밖에는 없다. 그런데도 법은 나에게 꽤 큰 액수의 돈을 그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정해 놓았다. 내가 지역을 정하고, 내가 동네를 정하고, 내가 건물까지 다 정한 후에 그곳으로 찾아가 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곳에 가만히 앉아 있던 아줌마에게 질문을 던진 대가가 몇 십만 원의 비용을 발생시키는 꼴인 것이다. 

 

 만약 나에게 소개를 알선해 주었던 부동산 중개소 사장님처럼, 내 상황과 조건에 맞는 물건을 찾기 위해서 주인을 설득하거나, 비슷한 환경과 조건의 건물을 소개해 주거나 하는 식의 과정을 조금이라도 거쳤다면 분명 나는 이런 생각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통화해 왔던 대다수의 부동산은 전자에 설명한 것처럼 말 몇 마디로 내 돈을 편취해 가려고 하는 것 처럼 보였고, 그 결과가 난 이 시대의 수많은 부동산 중개사 사무실이 난립하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된다. 

 

 부동산중개업의 미래는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부동산에 방문하여 내가 이사 가고 싶은 도시와 시기, 자금사정 등을 이야기하면 부동산 중개인이 그 도시에 대한 부동산 정보와 지역정보, 학군 정보, 다양한 편의시설과 그 도시의 문화, 정치, 사회적인 측면까지 대략적으로 설명해 주고, 가진 자금으로 구할 수 있는 물건의 종류를 보여 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 만약 그런 서비스가 처음부터 제대로 정착이 되었다면, 지금 매수자 혹은 임차인으로서 지급하는 중개수수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을 텐데. 아! 이번에 내 집을 구해준 중개인께 드린 수수료는 전혀 아깝지 않다. 이런 분들이 많아진다면 결국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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