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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글/감상평

감상평) #14.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by 바꿔33 2020. 2. 22.

 어느 정도의 책을 읽어내면 요령이 생깁니다. 머리말이나 목차만으로 내용을 짐작하기도 하고, 챕터 한 편 정도만 읽어도 이미 결론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기도 합니다. 이는 자기 계발서가 가장 심하고, 두 번째가 소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소설은 내 예상치를 가볍게 뛰어넘어 버렸습니다. 그것은 작가의 뛰어난 역량이기도 하지만, 내 부족함을 깨닫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앞으로 얕은 지식으로 설레발치는 행동은 자제해야겠습니다.

 

 

제목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번역 : 양윤옥)

출판 : 현대문학

출판일 : 2012. 12

가격 : 14,800원

 

 히가시노 게이고는 1958년생(우리 나이 61세)으로 1985년 28세에 소설 '방과 후'로 데뷔하여 현재까지 총 286편의 책을 펴낸 엄청난 작가입니다. 이 중 22편의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부럽네요. 약 40년의 시간 동안 286편의 작품이라면, 1년에 7편의 작품을 완성했다는 얘기인데, 아무리 작가라지만 엄청난 작업량이 놀랍기만 합니다. 1년에 7편의 책이라면 대략 3천 페이지는 써야 하고, 3천 페이지라면 하루도 빼지 않고 10페이지 이상은 꾸준히 써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써내는 것도 힘이 드는데, 그 써낸 이야기가 모두 이야기로서 가치가 충분하여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니 대단한 재능이 부럽기만 합니다. 

 

 그 뒤에는 엄청난 노력이 있었겠지요. 몇 개월 전부터 글을 써보겠다고 끄적거려보니 그 노력과 재능이 눈에 보여 더 위대하게 느껴집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도 이영하 씨도 매일 일정한 분량을 정해놓고 글을 쓴다고 하던데, 역시 생각만 하며 고민만 하는 것은 어떤 결과물도 가져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단 써서 어떤 글이든 결과물을 내야, 그 결과물을 읽어보고 사람들이 평가하여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테니 앞으로는 결과물을 내는데만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설의 경우엔 책의 내용은 요약하지 않습니다. 책에 쓰여 있는 한 줄 한 줄이 작가의 고유한 순수 창작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독자에게도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입니다. 비싼 돈 주고 책을 샀는데 그 비용에 걸맞은 가치를 즐길 권리는 독자에게 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는 대신 이 책은 무척 재미있으니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단, 이런 식으로 진행되겠구나 하는 식의 예상은 접어두시길 바랍니다. 작가가 추리소설에 능통해서 독자들의 생각은 가뿐히 넘어서는 전개를 구사해 놓았습니다. 강추합니다.

 

 소설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결말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 절정으로 치닫은 사건들이 식스센스급의 반전을 기록하는 일은 이제 흔치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직도 몇몇 작품에서는 이와 비슷한 정도의 반전을 완성해 내곤 합니다. 이 작품 또한 꽤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건들이 모두 잔잔한 이야기이다 보니 살인범을 찾을 때와 같은 임팩트는 떨어질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이 반전은 꽤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근래에 읽었던 어떤 소설보다도 참신했고,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 작가 지망생으로서 많이 배운 작품입니다. 학창 시절 배웠던 1인칭 주인공 시점,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 전지적 작가 관찰자 시점과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머릿속에 떠올라 앞으로 글을 풀어갈 실마리를 깨닫기도 했습니다. 또한 작가의 이력사항을 보고 현재 나 자신이 얼마나 말만 앞섰는지도 깨달았습니다. 이래저래 참 많은 것을 배운 작품이네요. 

 

 요즘 유행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있던데 그 책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서가에 책도 한 권 꽂아 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