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생에 처음으로 일본, 오키나와에 다녀왔습니다. 계획된 여행은 아니었고, 회사 팀장님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결정된 급조된 여행이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팀워크 증진을 위한 위대한 여행이었지만, 실제로는 그저 여행이 가고 싶어 핑곗거리가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여행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에 가보지 않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그렇듯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았습니다. 태백산맥이나 토지를 읽었다면 결코 좋게 느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해서 여행 바로 전날까지 준비도 제대로 해 놓지 않았고, 기대감은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고 난 지금은 일본에 대해 많은 심경의 변화를 겪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그 심경의 변화를 조금은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제 목 :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지은이 : 임경선
출판사 : 해담
출판일 : 17.09.05
가 격 : 14,800원
작가는 1972년 생으로 외교관의 아버지(부럽네요..ㅡㅡ)를 따라 자연스럽게 세계 여러 곳을 누비며 자랐다고 합니다. 그 중 일본에서도 약 6년 정도 머물게 되었는데, 이 책은 그 6년간의 일본 생활과 그 후의 여행을 통하여 작가가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여행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주로 교토의 카페나 식당, 상점 등 어떤 특정한 공간을 소재로 삼았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다양한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었습니다. 글을 부담스럽지 않고 내용은 간결합니다. 마치 어느 유명한 주방장이 끓여낸 팔팔 끓는 맑은 대구탕(지리)을 먹는 깔끔하고 담백하며 시원한, 아주 깊은 맛을 가진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느낀 점은 교토에 한 번쯤은 꼭 가봐야 겠다입니다. 그들의 삶을 한 번 엿보고 옆에서 느끼고 온다면 일상에서의 내 삶에 끼여 있는 원치 않는 거품을 모두 걷어 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작가의 눈에 비친 교토 사람들은 충분히 그런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삶이나 신념, 소박한 생활방식에 대하여 소개해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기도 하고, 어떤 식으로든 재생산하면 작가의 의도가 왜곡될 수도 있기때문입니다. 그러니 한 번 꼭 읽어 보시고, 마음에 들면 책을 들고 비행기를 타도 꽤 멋진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어디 가시나 봐요?"
"네. 교토에 다녀오려고요. 아는 분이 좋은 곳을 추천해 주셔서요."
이 책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라테가 좋겠네요)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하자면 딱딱한 나무의자 보다는 푹신한 소파를 추천합니다. 창 밖에서 비춰오는 따듯한 햇살과 따뜻한 커피 한 잔. 편안한 음악이 더해지면 최고의 휴식을 안겨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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