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 #10. 레이첼 오마라, 퍼즈 - 노력을 이기는 일시정지의 힘
해외에서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나는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10년 정도 영어를 배우는 탓에 모르는 영어단어를 봐도 당황하지 않고 읽을 수는 있다. 미국 사람들과 대화할 때 네이티브들이 무리 없이 알아들을 정도는 되니까 나름 꽤 정확성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도서관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 중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퍼즈 PAUSE
아무리 읽어도 퍼즈가 아닌 '포우어즈('우어'를 동시에 발음해야 한다)나 '포~즈' 정도로 발음을 했어야 무난할 텐데, 번역가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퍼즈!'라고 적어 놓았다. 그것도 책 표지의 정 가운데에, 아주 굵고 커다란 글씨체로 말이다. 도대체 이런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잘못된 콩글리쉬를 아주 뻔뻔하게 책 제목으로 내 새워도 책을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반증인 건가?
보통같으면 그냥 한 번 웃고 지나쳐 버릴 책이었을 텐데, 이 책은 뻔뻔해도 너무 뻔뻔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제목 : 퍼즈 - 노력을 이기는 일시정지의 힘
저자 : 레이첼 오마라
번역 : 김윤재
출판 : 다산북스
가격 : 14,000원
출간 : 17.11.16
표지디자인은 꽤 훌륭하다. 발음이 계속해서 걸리긴 했지만 제목도 나름 강렬하고 폰트도 좋다. 전체적으로 사용된 깔끔한 연두색은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그린 계열 특유의 촌스러움이 묻어나지 않았다.
내용은 PAUSE의 뜻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예상이 가능한 이야기이다. 영화를 보다가 이해가 안 가거나 집중력을 방해하는 다른 일이 생겼을 때 잠시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영화를 멈추는 것처럼,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집중력이 유지돼 않을 때는 잠깐씩 '일시정지'버튼을 눌러서 방해요인을 제거하고 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작가는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될 정도로 짧게 써 놓지는 않았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읽어 볼만한 이야기가 많으니 꼭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어렵고 무거운 문체가 아니라서 쉽게 읽힌다. 또 이 책은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 인용된 명언이나 문장의 작가가 누구이며, 작가의 직업과 출신, 경력을 간략히 소개해 놓았다.
- 이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독자의 2차검색을 줄여주는 아주 친절한 서비스이다.
예_) 칼 샌드버그 - 미국, 시인, 퓰리처상 수상자
둘째, 최신 유행하는 새로운 용어(단어)나 트렌드를 소개하고자 애썼다.
- 디지털 디톡스 :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기기 사용을 억제하는 시간, 13년 옥스퍼드 사전 등재
- 언플러그드 데이 : 3월 첫째 주 금요일 저녁 6시 ~ 토요일 저녁 6시까지.
원래의 의미는 활기차고 의미 있는 유대인으로서의 경험을 하는 날로 지정되었으나, 디지털기기 없이 생활하기
운동으로 확장됨. 비영리기관인 Reboot가 시행
- 번 아웃 증후군 : 의욕적인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셋째, 좋은 명언이 많이 나온다.
- 내가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 듯, 세상도 반드시 내 기대를 충족시킬 필요는 없다. 프리츠 팰스, 독일의 심리학자
- 그저 여기에 존재하라. 당신이 진정으로 '여기' 그리고 '지금' 머무르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라. 그것만으로 충분하고, 그것으로 당신은 최고의 힘을 얻게 되어 언제든 최선의 결과를 낼 것이다. 그러니 미래를 걱정하느라 당신의 소중한 지금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Be Here Now (1971, Ram Dass의 구절 중, 국내 미출간)
- 시간은 당신이 가진 유일한 동전이고, 그 동전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오직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칼 샌드버그, 미국 시인, 퓰리처상 수상
- 실행력이 몸에 배일 수 있도록 계속 무엇인가를 시도해야 한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피터 드러커, 미국 경영학자 및 자기 계발 전문가
이 책은 한 번 읽은 후에 책꽂이에 자리를 내어 주어도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이 어설픈 제목만으로도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한 번만 읽어도 책 속의 내용은 쉽게 이해가 간다. 그렇게 이해된 작가의 말은 제목을 볼 때마다 어느 정도는 계속 떠오를 것 같다.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리마인드 시켜줄 수 있는 책이라니. 충분히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