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 #8. 토드 홉킨스 & 레이 힐버트, 청소부 밥
처음은 항상 설렌다.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가는 여행지, 처음 먹는 음식 등. 처음에는 언제나 설렘이 있다.
두 번째가 되면 그 설렘은 대폭 줄어든다. 이미 정보가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의 경험이 좋았다면 설렘은 반이되도 괜찮다. 편안함이 생겼으니까. 편안함은 설레임에 가려져 있던 눈을 맑게 한다. 때문에 대상을 더 또렷이 볼 수 있다. 어쩌면 두 번째부터가 진짜 만남일지도 모른다.
책은 특히 더 그렇다. 첫 번째 읽을 때는 줄거리를 파악하기도 벅차다. 특별한 문장은 첫 번째부터 눈에 띄지만 작가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기엔 두 번째 읽을 때가 훨씬 더 쉽다.
청소부 밥 기본정보
두번째 읽게 된 청소부 밥. 10년정도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인데 보존상태가 꽤 좋다.
제목 : 청소부 밥
지은이 : 토드 홉킨스, 레이 힐버트
옮긴이 : 신윤경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출간 : 06년 11월
가격 : 10천 원
ISBN : 89-89313-97-X
첫 독서의 감동은 여전히...
젊은 나이에 CEO로 성공한 로저 킴브로우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이겨가며 늦은 시간까지 업무와 싸우고 있지만, 정작 가족들은 자신에게 불만만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불편하고 불안한 생활을 끝내고 싶지만 아직도 끝내지 못한 회사일이 산더미이다.
어느 월요일 저녁, 야근으로 밀린 업무를 처리하던 로저는 자신의 사무실 청소를 담당하는 밥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2년 전 사랑하는 아내 앨리스를 떠나보내고 쓸쓸한 저녁시간을 달래기 위해 일을 한다던 밥은 이야기 도중 앨리스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여섯 가지 지침‘을 소개하고 로저는 현재 상황을 탈출할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신념으로 지침을 가르쳐 줄 것을 요청한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밥은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켰던 ‘앨리스의 여섯 가지 지침’을 로저에게 들려주기로 하고, 매주 월요일 직원 휴게실에서 만나 녹차를 마시며 한 가지 지침씩을 들려주기로 한다.
밥의 지침을 들으며 삶을 점차 변화시켜가는 로저와 로저를 통해 아내 앨리스의 지침을 실행하는 밥. 이 과정 속에서 주인공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지혜를 들려주게 된다.
밥의 아내인 앨리스의 여섯 가지 지침은 다음과 같다.
1.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2.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3.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4. 배운 것을 전달하라.
5.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6. 삶의 지혜를 후대에게 물려주라.
이미 십 년 전에 쓰여진 이야기라 지금 다시 읽으면 '뻔한 소리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월을 뛰어넘는 마음속 울림은 여전히 잘 전달된다. "선물은 예상치 못했을 때 받아야 더 기쁜 것 아닌가." P.134라는 문장이나 "자기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그저 ‘소비’ 하는 데 그치지. 시간, 돈, 재능 등을 그냥 써버리기만 하는 거야." P 171와 같은 문장은 새롭게 다가온 깨알 같이 소소한 기쁨을 주는 문장이다.
두 번째 독서는 달다
첫 독서로부터 세월이 많이 흘러서인지 첫 독서 때와는 다르게 다른 관점의 시각이 많이 보인다.
우선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자.
경제적으로 능력 있지만 바쁘기만 한 아빠와 경제적인 능력은 없지만 한 없이 다정한 아빠 중 어떤 아빠가 더 좋은 아빠인가?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다. 경제적인 능력과 시간적 여유가 적절히 조화된 아빠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아빠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누구나 다 정답과 같은 아빠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아빠 한 명만 고생해서 나머지 가족들이 모두 경제적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면 이 시대의 모든 가장들은 기꺼이 고생을 감내할 것이다. 하지만 밖에 나가서 아무리 고생한다고 한 들, 대다수의 아빠들은 가족들에게 평안한 경제적 풍요를 선물하지 못한다. 아니, 지금만큼의 경제적 이익이라도 얻으려면 야근도 불사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책 속의 밥은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다이아몬드가 3개나 박힌 수제 시계를 선물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가진)하고 은퇴한 CEO이며, 부부 금실도 매우 좋았고, 자녀들 또한 바르게 키워낸 진정한 슈퍼맨이다. 또한 로저 역시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오더를 거부해도 회사가 건실하게 지켜질 정도로 탄탄한 중견기업의 CEO이며, 사업에 대한 본능에 가까운 위기관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들이 모두 슈퍼맨(SUPER MAN)이었던 것이다.
슈퍼맨이 주인공이면 SF 장르로 가야 되는 것 아닐까?
작가는 경제적으로 노력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두 주인공을 성공한 CEO로 설정한 것 자체가 독자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경제적인 안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경제적인 안정이 동반된다면 가족의 사랑은 작은 깨달음을 통해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인 토드 홉킨스가 오피스 프라이드(미국 2천여 개 건물에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CEO이고 레이 힐버트는 성공한 작가이자 강연 자이며 트루스 앳 워크(비영리단체) CEO라는 사실을 보면 이런 추측이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작가들의 의도는 본인들에게 직접 물어보기 전에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설령 아니었다고 해도 독자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것 또한 의미 있는 해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내는 경제적인 안정을 취하기 위해 가족들에게 조금 소홀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아빠라면 그것도 매우 멋진 아빠로 평가받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물론 겉으로만 그렇고 뒤에서는 딴짓하는 그런 아빠는 당연히 아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