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 #3. 영화 제인도
언젠가부터 공포영화는 잘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나름 공포영화 광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살다 보니 우리의 삶 자체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무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공포보다는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액션 영화 쪽으로 취향이 굳어져 버렸었습니다.
때리고 부수고 터지고 박살이 나는 장면들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취해살고 있는 요즘 며칠 전부터 계속해서 눈이 가는 포스터가 있어 결국 결재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영화 '제인도' 였습니다. 원제는 The Autopsy of Jane Doe 즉, 신원미상 시체의 부검입니다.
포스터를 보면 아시겠지만 계속해서 눈이가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드는 그런 여인만이 찍혀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계속해서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스크롤을 일단 내리기 위해 공백을 좀 만들겠습니다.
(휴. 이제 여인의 넓은 이마만 보이고 있습니다. 다행히 글을 계속 쓸 수는 있겠네요)
포스터속 여인은 새하얀 피부에 검은색의 풍성하게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신비한 에메랄드 눈을 크게 뜬 채 누워 있습니다. 포스터의 제목을 보고는 처음엔 여인의 이름이 제인(JANE)인 줄 알았습니다. 무식이 티 나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DOE는 잘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영어사전을 찾아봤습니다.
JANE DOE : [명사] 제인 도우(특히 법정에서, 여자의 이름을 모르거나 비밀로 할 경우에 쓰는 가명)
이라는 뜻이 검색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또 영어단어 하나 배우고 가는군요.
다시 포스터로 돌아오면 창백한 여인과 마주친 시선에서 금방이라도 여자의 눈이 깜빡일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곧 제목에 적혀있는 '신원 미상의 여인의 시체' 라는 문구를 찾아내고는 눈을 곧게 뜨고 있는 여인이 시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포스터 속 시체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던 것이죠. 엄청 무섭더군요. 단지 영화 포스터 속 시체일 뿐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결재를 하고 결국 오랜 관습을 깨버리고 공포영화 감상에 들어갔습니다. 혼자서는 무서우니 와이프하고 같이 말이죠. 그것도 밤 11시가 넘은 시간. 거실에 불을 다 끄고 오직 화면의 불빛만으로 말이죠. 기왕 공포영화를 볼 거면 어두운 곳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하는 지론입니다. 자신 있는 분은 한번 따라 해 보십시오. 소리는 적당히 커야 합니다. 공포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소리이기 때문이죠.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한 살인현장에서 경찰관들이 심하게 훼손 된 채 죽어있는 몇 구의 시체와 지하실 땅속에 묻혀있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한 여인의 나체 시신을 함께 발견합니다. 다음날 아침까지 언론에 사건의 개요에 대해 발표해야 하는 경찰은 유독 깨끗한 여인의 시신을 지역 사설 부검실에 가져가 오늘 밤 안에 사인을 밝혀줄 것을 요청합니다.
시체부검을 가업으로 삼고 있는 주인공 부자는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려던 길에 마주친 시체가 달갑지는 않지만 결국 경찰관의 요청에 따라 시체의 부검을 시작합니다. 지문검식도 되지 않는 신원미상의 여인의 시체를 제인도라 부르기로 하고 사인을 찾기 위해 부검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으스스하며 약간의 긴장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적으로 갖게 만들며 적절한 공포감을 선사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보다 포스터에서 보았던 여인의 시체가 선사해주는 분위기가 훨씬 더 싸한 공포를 안겨주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말이죠. 전체적으로 꽤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라고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입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스토리에 있어서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조금씩은 있고, 주인공들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약간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공포영화들에서 보이는 스토리의 엉성함이 이영화에서도 상당부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 또한 적당한 분위기의 공포와 여인의 시체가 풍기는 공포의 카리스마로 어느정도 매워지는 그러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가치는 3600원은 충분히 하는 그런 영화입니다.
전통적으로 서양의 공포영화는 연쇄 살인마, 싸이코패스, 테러 등 주로 인간의 잔인성에 초점을 둔 공포가 주류였는데 이 영화로 인해 신선한 전환점이 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곁들여 보겠습니다. 아니라면 어쩔 수 없고요.
오랜만에 공포영화가 땡긴다! 하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릴 수 있는 그런 영화이니 한번 도전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참고) 저는 영화의 평점을 결제금액으로 평가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극장 > 1만원 > 4500원 > 3600원 > 2000원 > 1000원 > 무료
U+TV의 영화 결재 금액입니다. 3600원은 포인트 할인을 받을 경우의 가격입니다.